맨홀 아래 달빛

제목: 맨홀 아래 달빛: 단편 소설

시리즈: 해당 사항 없음

장르: sf, 성장 소설


소개:

에버튼 초등학교 1학년인 빌리 클리퍼드는 사라진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안다. 바로 맨홀 아래다.

누가 애들을 그리로 데려다 놨느냐고? 물론 외계인이다.

그리하여 맨홀 아래의 희미하게 깜박이는 빛을 보게 된 날 밤, 빌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하수관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비극적 상황에서 꽃피는 예상외의 우정에 관한 단편 소설.

첫 부분 발췌:

빌리는 맨홀에서 번쩍이는 달빛의 반사광을 보자마자 침대에서 서둘러 내려왔다. 맨홀을 관찰하려고 남겨둔 아주 좁은 틈새 말고는 커튼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그 빛이 방에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그는 아주 작은 단서라도 놓칠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거의 암흑에 가까운 어둠 속에서도 그는 길을 더듬어, 열려 있는 옷장을 향해 다가갔다.

신발, 그러니까 엄마한테서 숨긴 스니커즈가 어디 있지? 저깄군. 그게 눈에 보이기 훨씬 전부터 빌리는 씻어내지 않은 땀과 섞인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 피는 탈의실에서 벌어진 수없이 많은 해코지 사건 중 뱉어낸 것이었다. (확실히 해두자면, 빌리가 해코지를 당한 쪽이었고 나머지 애들이 해코지를 가한 쪽이었다. 빌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비슷한 시기에 안경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일이 순조롭게 굴러가진 않은 것이다. 안경은 어쩌면 <오늘의 외계인> 최신판을 해가 진 줄도 모르고 어둠 속에서 읽는 버릇 때문에 끼게 된 건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빌리에게는 이러나저러나 원대한 계획이 있었고, 따라서 그는 아무에게도 해코지하지 않았다. 미래의 팬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 어떤 길도 냄새를 맡아 뚫고 갈 수 있는 개처럼, 빌리는 스니커즈를 옷장의 잡동사니 더미에서 낚아채 신었다. 양말 따위는 신지 않았다. 그러고는 손전등을 찾았다. 책상 위에 있는—아니, 없네? 있어야 하는데.

맙소사,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일주일을 연습하지 않았던가? 눈가리개까지 하고서? 침대에서 맨홀까지 가는 연습을 말이다. 엄마가 옆방에서 코를 고는 동안 집에서 나가려고!

빌리는 손전등을 찾아 빙글빙글 돌았는데—쿵.

엄마의 코 고는 소리가 즉시 멈췄다.

빌리는 가만히 있었다. 손전등을 책상에서 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은 짧은 순간 동안 조막만 한 방을 가로질러 굴렀고, 조금은 작은 쿵 소리와 함께 침대에 충돌했다.

“빌리?” 엄마가 졸린 목소리로 불렀다.

엄마는 잠귀가 밝았다. 피로라는 건 그렇게나 웃기는 것이었다.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들어서는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엄마는 아주 미세한 소리에도 쉽게 깼다.

최대한 조용히, 빌리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면으로 된 잠옷 바지만 그 리듬에 맞춰 흔들렸는데, 마치 빌리의 발목을 덮으려고 노력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긴 아느냐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키가 너무 커서 그 옷이 맞지 않게 된 지 벌써 여러 달이었다. 대체 빌리는 왜 은퇴할 나이가 훨씬 넘을 때까지 잠옷을 혹사시키는가? 특히 빌리의 엄마라면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 텐데? 빌리의 할머니가 과로로 단명하셨다는 걸 알면서 어찌 이러나?

‘조금만 참아주라.’ 빌리는 생각했다. ‘내가 하수관에서 외계인을 찾기만 하면 너 은퇴하게 해줄게. 그뿐이겠어? 너를 모든 신문사와 방송국 인터뷰에서 언급해 주지. 뭐라고 할 거냐면, 이 잠옷 바지야말로 모두가 나를 미쳤다고 했을 때 내 곁에 있어 줬다고 할 거야. 심지어 엄마까지 그랬는데—’

엄마가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빌리는 희미하게 한숨을 쉬고는 손전등을 집었다. 오늘 밤, 운은 그의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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